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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사회대안포럼 |
ⓒ 장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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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사회대안포럼 교육실에서 "무상급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주최 : 사회대안포럼, 사회 : 금민).
이 자리에서는 학교급식운동본부 배옥병 대표가 발제하고 사회당 최광은 대표와 마포어린이센터 '공룡발톱' 조영권 교장이 토론자로 나온 가운데 인연맺기학교, 인천사람연대, (사)장애인 부모회, 사회당 등에서 30여 명이 참석해 현행 학교급식의 문제점 및 무상급식의 필요성과 정당성, 그리고 무상급식 정책을 전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했다.
"고등학교 급식이 맛있었던 분들 손들어 보세요"
사회를 맡은 금민 사회대안포럼 이사장은 시작에 앞서 무상급식이 헌법적 권리임을 강조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시혜적 무료급식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발제자인 학교급식운동본부 배옥병 학교급식운동본부 대표는 소개를 받자마자 웃으며 청중에게 말을 걸었다.
"고등학교 급식이 맛있었던 분들 손들어보세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객석의 누군가가 실소를 터뜨렸다. '맛있는 급식'이라는 것이 언뜻 상상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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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옥병 대표 발제 중인 배옥병 학교급식운동본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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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급식운동을 하면서 주장해 왔던 것이 크게 세 가지예요. 친환경급식, 무상급식, 직영급식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의 논리는 똑같아요. 예산이 모자란다, 왜 돈 내고 잘 먹는 아이들에게까지 무상으로 급식을 먹여야 하냐..."
심지어는 친환경급식을 위한 조례개정운동을 하다가 정부로부터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WTO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는 사이 급식으로 인한 대형 식중독 사고는 거의 해마다 일어났다.
락스에 절인 닭, 아이들에게 먹여야 하나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하고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자는 조례개정 운동, 그러니까 지금의 로컬푸드 운동을 한 거죠. 그런데 조례가 재개정되니까 정부가 나서서 대법원에 제소를 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배 대표는 직영급식을 주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위탁업체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저질 식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안전한 급식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배 대표에 따르면 채소에서 육류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대부분이 값싼 수입산이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변조되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학부모들과 현장실사를 위해서 도축장에 갔는데, 이미 죽어 있는 닭을 도축하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물에 15분 정도 담궈두는데, 이게 그냥 물이 아니라 락스를 넣은 물이었던 거죠."
직영급식 운동을 하면서 위탁업체와 대립도 심했다고 한다. 원내정당들과 결국 법개정 합의를 하고 입안심사를 하던 날은 국회에서 위탁업체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밤길 조심해라', '칼침 맞을 줄 알아라', '이 빨갱이들아' 별별 이야기 다 들었죠. 근데 또 지금 한나라당이 다시 위탁급식을 허용하는 법안을 입안해서 이미 청와대까지 올라가 있어요. 하반기에 이 개악안이 처리될 텐데, 이 법안을 막아내려면 여러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직영급식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학교 급식법을 발의한 것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인천남동을) 등 18명. 한나라당 측에서는 급식법 개악 문제에 대해 '의원들 개인이 발의한 것뿐 당의 방침과는 상관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저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2006년에는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책을 공저로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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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전혁 의원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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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서 배 대표는 '무상급식'으로 다시 화제를 돌렸다.
"친환경 급식이 무상으로 도입되어야 하는 건데, 중앙정부에서는 의지가 없죠. 의지가 없으니 예산이 없다 이렇게 나오는 거고,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친환경급식과 무상급식을 같이 도입하기 벅차하는 거예요. 그러니 시혜적 관점에서 무상급식이 아니라 무료급식에 치중하는 거죠. 그런데 이 무료급식이라는 게, 의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죠. 선생님들이 무료급식 대상자를 다 파악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배 대표는 친환경무상급식을 위해서는 농촌문제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한 음식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농촌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
급식도 교육이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발제가 끝나고 마이크를 넘겨받은 최광은 사회당 대표는 "토론이 되려면 반대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토론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운을 띄운 뒤, <MBC스페셜 '두뇌음식'>을 통해 방영된 영국의 친햄파크 초등학교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잦은 결석과 학교폭력 문제, 낮은 성적으로 영국의 꼴찌 학교에 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환경 급식과 먹거리 교육을 시행한 이후, 지금은 말썽피우는 학생들도 별로 없는 건강한 학교에 성적도 높은 훌륭한 학교로 변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서 경제논리를 들이대지만, 급식을 통한 교육적 성과를 생각해 보면 어느 쪽이 이득일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 최광은 대표는 무료급식 대상자를 선별해야 하는 교사들의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를 지적하기도 했다.
"교사들과 학생들, 또 학부모들이 선별적 무료급식으로 인해 받을 고통을 감안하면 그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존감"
이어서 발언자로 나선 조영권 <마포어린이센터 공룡발톱> 교장 역시 무상급식이 아닌 저소득층 선별 무료급식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마포어린이센터를 하면서 그맘때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게 뭘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 시행되고 있는 급식제도는 아이들의 마음에 너무 많은 상처를 주는 제도입니다."
이어 조영권 교장은 지자체가 허투루 쓰는 돈만 투자해도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허투루 쓰는 돈이라고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조영권 교장의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청중의 웃음섞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도로공사요."
조영권 교장은 도로공사와 토목공사를 조금만 줄여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완전무상급식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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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권 공룡발톱 교장 조영권 공룡발톱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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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도 저소득층 무료급식이 급식 대상자에게 상처를 많이 준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상처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고 하죠."
조영권 교장은 이런 관점에서 무료급식 대상자의 자존감 문제에 대해 '우수사례'로 뽑힌 것 중 하나를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것은 학부모로 구성된 모임에서 무료급식 대상자를 정기적으로 놀이공원에 대동했던 사례.
"대책이라는 게 고작 '그 아이를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줘야 한다' 정도의 시각인 겁니다. 우수사례라고 뽑아준 게..."
조영권 교장은 무료급식의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심사에 필요한 서류도 너무 많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시혜적 무료급식은 아이는 물론이고 그 부모들에게까지도 상처를 주는 방식입니다."
"지자체와 교육감만 결심하면 가능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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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비통합지원신청서 조영권 공룡발톱 교장이 공개한 학부모 작성용 교육비통합지원신청서. 재산심사부터 건강보험료 액수까지, 매우 많은 항목의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
ⓒ 장시정 |
| | 조영권 교장의 발언이 마무리된 뒤 청중의 문답과 토의 시간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무상급식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행동을 만들어나가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광은 사회당 대표는 앞으로 4년간의 부자감세 규모가 약 100조인데, 그중 한 해 3조씩 12조만 양보해도 4년간 전면 무상급식 실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영권 공룡발톱 교장 역시 4대강 사업에 쓰이는 돈의 10%만 돌리면 무상급식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배옥병 학교급식운동본부 대표는 '친환경무상급식은 지자체와 교육감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전라남도와 성남의 사례를 소개했다. 전라남도와 성남시는 현재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물론 이곳들이라고 '있는 집 아이들에게까지 왜 급식을 무상으로 주어야 하느냐'는 류의 뻔한 장애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학교급식운동가들과 학부모들의 열성적인 노력과 압박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내년, 멀게는 내후년이면, 이 지역들에서 '눈칫밥'을 먹는 아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나라 곳곳에는 눈칫밥이 약속된 아이들이 존재한다. 그 아이들이 '왜 우리가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 하냐'고 물을 때 우린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있는 집 아이들이 공짜로 밥먹는 게 싫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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