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21/물이되는꿈2008. 8. 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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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법이라는 게 있다니……. 임금체불도, 보너스도 법이 다 해결해주고 현장에서 폭력도 못 하게 되어 있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자들이 힘을 합해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언니와 노동조합에 관한 얘기로 밤을 밝혔다.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존칭을 쓰며, 식사 시간에도 지위를 막론하고 줄을 서고, 야근도 원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등등의 이야기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것이 모두 노동조합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면 앞장을 서서라도 만들어야 했다.”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중에서


1985년 구로동맹파업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는 80년대 여성노동운동가 8명의 이야기다. 그 중 두 번째 이야기는 1985년 구로동맹파업에 참가한 윤혜련 동지가 주인공이다.

노동조합이 일반화되지 못한 그 시절 윤혜련 동지에게 노동조합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가슴 뭉클했던 희망이었다. 그녀를 비롯한 구로지역의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조합 건설에 앞장섰고, 그 결과 1984년 6월 가리봉전자 노동조합을 비롯해 대우어패럴 노동조합, 효성물산 노동조합 등이 속속 건설되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라는 희망은 시련과 아픔의 다른 이름이었다.

1985년 6월 22일, 대우어패럴 김준용 위원장과 강명자 사무장, 추재숙 여성부장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해 불법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다음날 대우어패럴 노조, 효성물산 노조, 가리봉전자 노조, 선일섬유 노조의 핵심 간부들이 모여 대책 협의에 들어갔다. 이들은 군부정권이 구로지역의 모든 노동조합 운동을 분쇄시키려 한다며 동맹파업을 결의했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동맹파업인 구로동맹파업을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6월 29일, 물도 끊기고 전기도 끊긴 상태에서 굶주리며 버티던 대우어패럴 노동자들이 작업장 벽을 뚫고 진입한 관리자와 구사대들에 의해 강제해산당하면서 막을 내렸다.


2008년 기룡전자 파업

20008년 8월 21일, 파업투쟁 1094일, 단식농성 72일을 맞고 있는 기룡전자 파업투쟁에 참가했다. 3년 전 법적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64만 1850원으로 입사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200여 명의 기룡전자 노동자들.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 사회가 정말 나아지긴 한 걸까.


기룡전자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정문 왼편 수위실 위로 조그만 천막이 본사를 마주보고 있다. 김소연 분회장과 조합원들이 단식농성을 벌인 곳이다. 그들은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쫓겨난 일터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집회 도중 한 노동자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투쟁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승리 할 때까지 투쟁하기 때문이라고. 맞는 말이긴 한데, 참 슬프다. 20여 년 전 투쟁이 현재 진행형이고, 오늘의 투쟁이 언제 끝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도 이 투쟁이 끝나는 날에 우리는 승리하겠지.

얼마 전 지리산 순례에서 들었던 녹색대학 허병섭 샘의 씨앗운동 이야기가 떠올랐다.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스스로 부패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는. 그래야 그 미생물을 거름삼아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룡전자 노동자들이 바로 씨앗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역사가 그랬듯이 우리 사회는 이들의 투쟁을 먹고 자란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이들이 싹을 틔울 수 있게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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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1/물이되는꿈2008. 7. 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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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시작된 지방의회 ‘돈 선거’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비리의원을 상대로 ‘주민소환’이 제기되고 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의회에게 주민이라는 최후의 심판관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지난 시기 우리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퇴행시켜온 지방의회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의 고삐를 죄야 한다.

한국의 지방의회는 1991년 부활했다. 그러나 이는 지역 주민의 정치적 역량강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중앙정치의 지역 기반 강화와 공직 배분 기회 증대의 논리로 성사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자연스레 지역에서 기득권을 지키고자하는 토호세력의 이해와 결합되었고 오늘날의 부패한 금권정치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

지방의회의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정책결정사항이나 행정사항들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시민들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형식화되어 있는 시민의견수렴절차(입법예고나 공청회 등)를 실질화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소환’ 등 각종 주민참여제도의 주민참여 족쇄를 벗겨야 한다. 현재 지방의원 ‘주민소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유권자의 2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이상 찬성해야 가능하다. 이렇게 요건이 까다롭고 제약조건이 많다보니 실제 이런 제도가 활용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주민의 정치적 역량 강화와 함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회 스스로의 통제권도 강화되어야 한다. 국회의 경우 전체 166조로 구성된 ‘국회법’을 통해 그 운영 원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의회는 ‘자방자치법’ 중 5장(지방의회)의 63조만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고 지방의회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첫째,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교황식 의장 선출 과정을 바꿔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 48조에는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선출방식은 물밑선거운동을 야기 시켜 의원 개개인간의 담합과 뒷거래를 부추기게 된다. 후보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후보자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지방의원 겸직을 금지해 영리활동을 막아 각종 이권에 개입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 35조 2항에는 “해당 지자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영리활동의 대상만을 국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은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 및 조사권, 각종 조례의 제정 및 개정, 해당 상임위 활동 등으로 지역 기업의 매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참여자치연대가 지난 2006년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광역의원 53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6%가 의원직 외에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는 건설·환경·부동산에 종사하는 의원이 가장 많다. 당연히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의 영리활동으로인한 이해관계의 충돌과 의정활동에서의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겸직을 통한 영리행위가 포괄적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겸직 등의 신고를 의무사항으로 둬야 할 것이다.

셋째, 형식적인 ‘윤리특별위원회’를 실질화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6년 11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를 제정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돈 선거’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윤리특별위원회’는 무능 혹은 불능의 상태였다.

현행 지방자치법 57조에는 “의원의 윤리심사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위하여 윤리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이에 따른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반면 국회법의 경우 제12장(사직·퇴직·궐원과 자격심사)과 제14장(윤리심사와 징계) 두 장에 걸쳐 윤리위원회의 활동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원 자격심사나 징계의 요구도 국회법에 비해 까다롭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의원 자격심사는 재적의원 1/4 이상의 연서로 청구되며 징계의 요구는 오직 의장만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법의 경우 자격심사는 30인 이상의 연서로 가능하며 징계의 요구는 의장을 포함해 윤리특별위원장 또는 20인 이상의 의원 등으로 가능하다.

이렇듯 현재 지방의회는 지금까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민주적인 절차와 주민참여를 철저하게 배제한 채 온갖 비리와 부패의 산실로 변질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2010년까지 방치해 둘 수 없다. 서울시의회 ‘돈 선거’로 밝혀진 지방의회의 실태와 이에 대한 온 국민의 분노를 본격적인 ‘혁신의회’운동으로 발전시키자. 2010년 우리가 만들 지방의회는 반드시 ‘혁신의회’여야 한다.

<사진설명 :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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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1/물이되는꿈2008. 7. 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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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콩깍지 씌어 한 쪽 눈 시력 잃어 
두 뿔로 들이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고 하나


현 시국을 두 눈으로 봅시다

우리는 80년대의 험한 산을 힘겹게 넘어 왔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제 더 이상 넘을 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돌연히 또 하나의 높은 산이 나타나 국민의 앞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무슨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른바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국민과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는 정부와의 강경 대결이 이런 예측 불허의 긴장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차와 기차가 맞보고 달리면 그 결과는 공멸뿐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대결 상황을 이기고 지는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어느 쪽이건 진다는 것은 명예의식이 용납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쇠고기 문제는 잘잘못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물론 그 성찰에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위대합니다. 바로 그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아량과 겸허함과 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인간다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눈을 감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라는 콩깍지가 씌어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로인해 한 가지만 보거나 한 쪽만 보는 잘못이 있습니다.

예컨대 쇠고기는 보면서 광우병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보면서 한국의 국민들은 보지 못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촛불시위의 허물은 보지만 대통령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추가 협상까지는 보지만 재협상은 보지 못하고 뼈아픈 반성까지는 보지만 고쳐야 할 것은 보지 못합니다.

이런 눈 때문에 중고등 학생들도 아는 생명의 가치를 대통령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쇠고기 협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물질까지를 그것도 아주 쉽게 수입하기로 결정한 대통령의 태도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광우병쯤은 감수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등 학생이나 국민들은 경제만 살아난다면 광우병에 걸려도 좋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대로 한국 경제가 연간 7%씩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4만 불이 되고, 그리고 세계 7대 선진국에 진입한다고 한들 광우병에 걸려서 죽는다고 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라는 것은 사람이 폼 나게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조건으로서 요구되는 것이지 죽은 다음에야 황금산을 가진들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인간의 생명 위에 존재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뭉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공권력의 폭력을 합법화해서 촛불시위를 제압하려는 의도를 굳히고 있습니다. 최근의 공권력이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이명박 대통력이 과연 민선 대통령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왜냐면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나 쓸 법한 후진국 수준의 낡은 방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좌시할 수 없어 종교계의 성직자들까지 거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이 나라에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지한 성찰을 통해서 이제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잘못을 깨달아야 합니다.

캄캄한 방에 촛불을 밝히면 일시에 어둠이 사라지듯, 잘못을 깨달으면 그 잘못의 허물도 금방 일소됩니다. 양쪽을 다 보지 못하고 한 쪽만 본 것 때문에 쇠고기 협상에 있어서 대통령으로서 막을 것을 막지 못하고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한 점, 그러면서 반대급부도 없이 오히려 주기만 하고 물러서기만 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시력은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두 눈으로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도 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재협상의 당위성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의 뜻을 좇아 재협상을 선언하고 그로인해 부정적으로 보였던 모든 고정관념이 해소되어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입니다.
씽씽 바람이 되는 이여
알아야 합니다
영혼이 있는 촛불은
폭풍도 끄지 못한다는 것을.
이 촛불 앞에서
두 눈으로 보면
안 보이던 종달새의
노래 소리도 다 보이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한 눈을 감고
두 뿔로 들이 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 합니까.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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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1/물이되는꿈2008. 7.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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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마는 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마태 7,15)
 
  ▶대한민국 민주주의 심각한 위기 맞고 있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하여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조중동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한다.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을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 많은 부분 속이고 있는 현실 더 큰 불행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 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 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 꺼지지 않도록 지키겠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는 성경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압수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은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만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1.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선언하길 바랍니다.
 
  2. 먼저 들으셔야 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3.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합니다.
 
  4.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바라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5.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의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진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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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1/물이되는꿈2008. 6. 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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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의 방미가 무산됐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정상회담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7월 답방을 잠정 합의했지만 백악관은 24일 이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물론 한국 정부와 사전 조율은 없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짜를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0월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백악관 측이 "면담계획이 없다"는 입장표명을 해 '해프닝'으로 끝난 바 있다.

그래서 생긴 조급증 때문일까. 우리 대통령, 캠프 데이비드 하루 숙박료로 온 국민의 건강권을 냉큼 바쳐버렸다. 5구 메이드도 아닌데 올인 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부시가 6구에 카드를 꺾어버렸다. 캠프 데이비드의 추억에 만족하란 뜻인가.

이로써 한미동맹을 ‘글로벌동맹’으로 끌어올리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받을 타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결과만 생각한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아무래도 개의치 않는다. 청계천이 그랬고 버스전용차로제가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결과가 실패다. 국민에게 내 세울만한 성과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과정에서 일종의 희생이라 여기며 버렸던 것들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버려진 촛불 민심은 분노의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되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지금처럼 곤봉과 방패로 짓누를 순 있다. 이 경우 그는 취임 100일로 바닥을 드러낸 지지율을 부여안은 채 온 국민의 조롱꺼리로 남은 임기를 채울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촛불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 쇠고기 고시를 철회하라.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사진설명 :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단란한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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