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세뱃돈으로 아이티 친구들 도와요"
9살 세친구의 아주 특별한 '설'
"내가 받은 세뱃돈으로 아이티 친구들이 물을 실컷 마실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두둑한 세뱃돈으로 평소 갖고 싶던 인형이나 MP3도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과감히 포기했다. 대재앙이 덮친 아이티에서 굶주리고 있는 지구촌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올해 받은 세뱃돈을 아이티에 보내기로 한 초등학교 2학년 이유진(9살)양은 아이티 친구들이 '진흙 쿠키'를 먹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
"아이티에 있는 친구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진흙을 버터랑 섞어서 먹는데요.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친척들한테 받은 세뱃돈을 보내기로 했어요"
세뱃돈과 함께 보낼 엽서에는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빼곡히 적었다.
천원이면 한명의 어린이가 물과 음식도 먹고 예방 주사도 맞을 수 있다는 말에 "뿌듯하고 기쁘다"는 유진이는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을 생각하며 수줍게 웃었다.
유진이와 함께 아이티 어린이를 돕기로 결심한 동갑네기 지은이(9살)와 가윤이(9살)도 하루빨리 세뱃돈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도 가서 도와주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슬퍼요. 우리나라에서도 돈을 많이 많이 보냈으면 좋겠어요"
장난스럽게 웃다가도 아이티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면 진지하게 눈빛이 변하는 아이들은 서서히 '나눔'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었다.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김승연(13살)양도 세뱃돈으로 MP3를 사려던 계획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적은 돈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보람있다"며 어른스럽게 웃는 승연이.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는 "만약에 내가 그런 일을 겪었으면 너무 무서웠을것 같다. 아이티가 하루라도 빨리 복구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 나눔 배우는 계기 됐으면.. 해마다 새뱃돈 기부운동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을 아이티에 기부하자는 아이디어는 서울 마포구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왕따나 개인 이기주의, 학교폭력으로 점점 거칠게 변해가는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기부 행사에 동참하겠다는 아이들도 시나브로 늘고 있다.
마포어린이센터 '공룡발톱'을 운영하고 있는 조영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던 아이들도 아이티 친구들의 상황을 듣고 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눔에 대해서 눈 떠 갔어요.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더 기쁘다는 것을 느낀거죠. 나눔의 첫발을 뗀 겁니다."
단체들은 설연휴가 끝나는 오는 17일 현장 모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이렇게 모은 세뱃돈과 엽서는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아이티에 보내지게 된다.
마포구영유아센터 '시소와 그네' 김민선 팀장은 "기부금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세뱃돈을 나눠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기른다는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해마다 다른 주제로 세뱃돈 나눔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6.21 > 마포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티 어린이와 세뱃돈을 나눕시다 (0) | 2010.02.01 |
---|---|
주민감사청구, 참 어렵다 (0) | 2010.01.09 |
마포구의회 혈세 낭비 누더기 표절 여행 보고서에 주민 ‘뿔’났다 (0) | 2010.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