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5월 어느 날 아현동 골목 어귀 곳곳에는 구청의 3구역 관리처분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아현뉴타운의 8개 사업지역중 하나인 '아현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은 신촌로와 마포로에 둘러싸인 아현동 언덕배기 동네 중 20만7527㎡ 부지(아현동 635번지 일대)를 완전히 갈아엎은 뒤 3063가구의 아파트와 도로, 공원, 공공시설 등을 들이는 사업이다.
6월 23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곳의 지분감정평가액은 2억 3천만 원으로 조합원이 112m2(34평)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분양가 외에 2억 6천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대지지분가격까지 합하면 총 6억 3천만 원이 든다. 일반 분양가에 비해 1억 원 정도 차이가 날 뿐이다.
지금까지 뉴타운 사업에서 나타난 원주민 입주율은 10% 대에 불과하다. 돈 없는 원주민들에게 뉴타운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금 아현동 주민들은 그동안 정든 삶의 보금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간직한 공룡발톱(저소득어린이 무상 배움터)도 이제 떠나야 한다. 조합에서는 8월 말까지 교실을 빼라고 엄포를 놓는다.
뉴타운 관리처분인가를 축하하는 자와 그저 떠나야 하는 자. 뉴타운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마포구 합정동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의 이전을 촉구하는 주민 집회가 4일 발전소 정문 앞에서 열렸다. 합정·서강동 주민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서 주민들은 “지난 수십년간 발전소 때문에 심각한 대기오염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피해 보상과 시설 이전을 발전소 측에 요구했다.
주민대책위원회 이봉수(46) 위원장은 “대통령도 후보 시절 발전소 부지를 매입해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면서 “한국전력이 내놓은 시설지하화 방안은 주민 염원과 대통령 공약을 거스르는 조직이기주의 발상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당인리발전소는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 곳을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한전과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전력수급 차질과 대체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관련 부처와 한전, 마포구 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한 단일안을 이달 말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한전과 지식경제부가 2011년까지 500㎿급 발전기 2기를 지하에 신설하고 지상부지 일부에 문화시설을 조성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인리발전소는 1930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로 1982년까지 무연탄을 원료로 사용해 분진과 대기오염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었다.
1970년대 이후 수도권 전력시설이 확충되면서 현재는 서울 전력소비량의 3.2%만을 공급하고 있다. 발전설비도 수명을 다해 4·5호기가 2012년 폐기된다.
에너지시민연대, 서울시 및 25개 자치구 공용 승용차량 조사결과 대형차 비율 강남구청, 강북구청, 서울시청 순으로 높아 서울시청 경차 비율은 25.7%로 평균보다 낮아
전국의 276개 환경·소비자·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에너지시민연대(공동대표 이덕승 외 8인)는 서울시청과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공용차량에 대한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용차량의 차종 및 변속기 종류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총 26개 지방자치단체들의 승용차중 2,000cc 이상의 대형승용차 비율 순위는 강남구, 강북구, 서울특별시, 금천구, 양천구 순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나타냈다. 반면 마포구, 구로구, 강동구, 동작구 등은 가장 낮은 대형승용차 비율을 나타냈다.
경차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동작구청으로 승용차 총 19대중 13대가 경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악구청은 승용차 28대중 경차가 2대로 가장 낮은 경차비율을 보였다. 승용차중 경차비율이 높은 순위는 동작구, 영등포구, 강동구, 도봉구, 구로구, 노원구, 서초구 순으로 절반 이상이 경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차비율이 낮은 순위는 관악구, 종로구, 마포구, 송파구, 강북구 순으로 나타났으며 서울특별시청의 경차 비율은 25.7% 로 평균인 35.5% 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 하이브리드차 비율을 보면 강서구가 36대중 11대로 30.6%로 나타나 보급률 1위를 차지하였다. 이어 용산구, 광진구, 은평구, 영등포구가 다음으로 높은 보급률을 보였다. 반면 동대문구, 중구, 강동구, 송파구, 성동구, 강북구 등은 하이브리드 차량 보급률이 낮아 좀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표3 참조) 하이브리드차는 보통 다른 차보다 연료 1리터 당 8.5에서 12.8 킬로미터 정도를 더 갈 수 있고, 공해물질은 더 적게 배출한다. 현재 환경부에서 정책적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2008년 3월까지 총 133대의 하이브리드차를 공공기관에 보급한 바 있다.
공공기관 경차 및 하이브리드차 보급률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평가 및 인센티브 필요
지금까지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하고 사용되는 각 중앙행정기관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공용차량에 대하여 대략적인 현황만 파악하고 있을 뿐 각 기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경차, 또는 하이브리드차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평가해 오지 않았다. 지금은 고유가와 지구온난화로 국민 경제마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제 국민들에게만 에너지 절약을 요구함에 앞서 공공기관에서 먼저 에너지절약에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공용차량의 경차 비율을 높이거나 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을 확대한 기관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주고, 에너지다소비형 사치성 차량 구입을 자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 5월 14일 1차로 서울시 26개 자치단체들의 의전용차량에 대한 조사발표를 통해 지자체장 및 시ㆍ구의회 의전용 차량의 대형차 비율 및 배기량, 연비 등을 공개하여 공공기관 사회지도층부터 에너지다소비형 자동차문화를 바꿔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번 공용 승용차량에 대한 조사는 2차 발표로서 앞으로 서울시 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공용차량 운영에 있어 좀더 적극적인 에너지절약에 나설 수 있도록 촉구해 나갈 예정이다.
[경향신문] 마포에 일군 ‘실천 인문학’ 꽃밭 지역내 6개 지식인단체 연대 ‘마실네’ 출범
‘지(智)와 행(行), 그 사이의 문화와 철학과 진보를 풀로 엮은 정원.’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북카페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옥상에 이런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 문구는 마포 지역에 위치한 지식활동가, 연구자들의 공동체인 ‘지행 네트워크’ ‘문지문화원 사이’ ‘철학 아카데미’ ‘진보 2.0’ ‘풀로 엮은 집’ ‘다중지성의 정원’을 한 문구로 묶은 것이다. 이들 단체는 각자 마포에 사무실을 두고 철학, 문학·예술, 생태·환경, 지역자치 등의 영역에서 대중강좌, 지역 현안 개입 등을 통해 학문 연구를 현실에 접목해온 모임들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지난 24일 오후 열린 ‘마포 실천 인문 네트워크’ 출범식에 참여한 이명원 지행 네트워크 연구활동가,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 구갑우 진보 2.0 편집주간, 이정우 철학 아카데미 공동대표, 이윤호 풀로엮은 집 대표, 조정환 다중지성의 정원 상임강사,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왼쪽부터).
이 행사는 여섯 개 단체가 ‘마포’(지역)와 ‘실천 인문학’(관심사)이라는 공통 분모에 바탕해 ‘마포 실천 인문 네트워크’(마실네)라는 연대체를 출범시키는 자리였다. 각 단체에서 온 50여명의 지식활동가들로 옥상 카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조정환 다중지성의 정원 상임강사, 하승우 지행 네트워크 연구활동가, 구갑우 진보 2.0 편집주간,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정윤수 ‘풀로 엮은 집’ 사무국장 등이 각자의 단체를 소개하며 연대를 약속하는 발언을 했다.
사회를 맡은 이정우 대표는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소’는 사람이 모이는 곳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사건이 일어나고 여러 가지 의미있는 얘기들이 만들어집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포라는 지역에는 기본적인 관심사와 지향을 공유하는 각종 연구소와 활동단체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학술·사상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사회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면서 개별적으로 이뤄져 왔던 우리들의 활동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면 합니다.”
마포는 대학이 밀집한 곳이지만, 이날 참가한 단체들처럼 ‘인문학 위기’의 대안을 대학 밖에서 모색해온 모임이 어느 지역 못잖게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인문학 출판사들과 문화적 실험공간들이 어느 지역보다 많은 곳 또한 마포다.
마실네는 ‘민중의 집’과 ‘희망청’ 등 시민단체들과의 결합으로 실천성이 강화될 것 같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공동대표로 6월 중 문을 열 예정인 ‘민중의 집’은 지역 노동조합을 위한 교육문화센터의 성격으로 마포가 1호점이다. 청년실업 극복을 위해 20대 청년들이 직접 대안을 마련하는 운동을 조직 중인 희망청(대표 박광철) 역시 마포 동교동에 위치한 ‘재단법인 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 ‘환경정의’ ‘여성민우회’ ‘녹색교통’ 등이 오는 9월 함께 마포 성산동에 ‘시민공간 나루’라는 건물을 지어 이전해올 예정이다.
지행 네트워크의 이명원 연구활동가는 “‘마포’는 ‘서울특별시 마포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인문학이 근거해야 할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상징한다”며 “마포 이외의 서울과 전국의 지역에서도 우리 모임과 함께 활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개인들의 참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실네의 활동은 크게 ‘학술활동’과 ‘실천연대활동’으로 나눠진다. 학술활동은 이들의 본업인 연구와 대중강좌, 잡지 발간이 주가 된다. 실천연대활동 역시 이들이 가진 장기인 ‘인문학’과 ‘책’을 매개로 이뤄진다. 매년 10월 ‘인문학 축제’와 ‘북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며, 지역 또는 전국의 지식운동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마포 지역에 인문학 전문 도서관을 만들거나 사라져가는 서점들간의 망을 만들고, 마포구의 문화정책을 모니터링해 문제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7월 중 나올 예정인 ‘진보 2.0’ 잡지는 마실네의 공동 연구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주간을 맡을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총선으로 ‘진보의 위기’가 극명히 드러났다. 결국 이념과 주체의 위기로 정리되는데,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상상하기 위해 서구사상이 아니라 우리 사상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고, 반대하는 운동이 어떻게 긍정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차이’ 속에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잡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물적 자원이 빈약해 어려움을 겪어왔던 대안 인문학 운동이 이제 강의공간의 공유와 공동기획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들 연구자, 활동가들의 실천이 평범한 지역민들 사이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이 관건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골목의 성지' 아현동 '역사'로 담는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뉴타운 개발로 '옛정취' 사라질 운명 민속박물관, 생활상 등 기록화 작업
서울 마포구 아현동은 사실 내세울 것 없는 동네였다. 언덕배기를 따라 줄줄이 늘어선 집들과 왁자지껄한 골목시장, 지하철역과 동네 어귀를 구석구석 이어주는 마을버스… 이런 평범한 동네가 갑자기 젊은 사람들 사이에 뜬 것은 3~4년 전부터였다. 서울에서 옛날 분위기 나는 골목 풍경이 가장 잘 보존돼있는 동네라는 사실이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는 동시에 대대적인 뉴타운 개발 계획이 빠르게 전파되면서부터였다. 주말이면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골목 구석구석을 서성이던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 동네에 지난주 '아현3구역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졌다. 재개발 공사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가가 내려진 것이다. 동네가 낙후됐다며 개발을 원하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사람 냄새 나던 골목과 오래된 집들을 조용히 품어오던 이 동네의 옛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
◆뉴타운개발로 사라지는 '골목의 성지'
아현뉴타운의 8개 사업지역중 하나인 '아현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은 신촌로와 마포로에 둘러싸인 아현동 언덕배기 동네중 20만7527㎡ 부지(아현동 635번지 일대)를 완전히 갈아엎은 뒤 3063가구의 아파트와 도로, 공원, 공공시설 등을 들이는 사업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23일 아현동 골목 어귀 곳곳에는 구청의 3구역 관리처분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 현수막을 빼면 아현동 동네 풍경은 여느 때처럼 한가로웠다. 서울에서 가장 유서깊은 목욕탕으로 알려진 '행화탕'과 옆에 나란히 자리한 한옥집 '관서피아노학원'에는 빨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인근 '양곡직매장' 간판은 20년은 넘어 보일 법한 빛 바랜 글자체를 간직하고 있었고, 건너편 '이삿짐센터'는 아예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붓글씨로 단정하게 써놓았다.
아현동은 지하철(2호선 아현·5호선 애오개)과 접해있는 대로변을 제외하곤 동네의 대부분이 크고 작은 언덕으로 구성돼있다. 염리동과 경계를 이루는 마을버스(4번) 종점인 '넓은 마당'으로 올라가려면 몇 번씩 계단과 마주해야 한다. 계단과 계단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의 양 옆으로는 사람 한 명 겨우 걸어다닐 너비의 작은 골목들이 수없이 뻗어있다.
서울 도심에선 웬만해서 찾을 수 없는 '동네 이발소'들이 성업중이고, 찾기 힘든 풍경이 돼버린 동네 의상실과 골목 양복점도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골목길 다섯개가 만난다고 해서 자연스레 '오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오거리수퍼' 앞.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는 평상 앞에서는 할머니들이 '이별연습'이라며 막걸리에 치즈를 안주삼아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사갈 집 알아보느라고 부동산 돌아다니지만, 집값 알아보면 한숨만 나와."
"이사가는 것도 아쉽지만, 50년 넘게 한식구처럼 지내다 뿔뿔이 흩어질 생각을 하니…"
4번 마을버스 종점인 언덕배기 꼭대기의 '넓은마당'에 도착하니 아까시나무 꽃 냄새가 향긋하게 코를 찔렀다. 부근에 사는 유병학(83) 할아버지는 "언덕이 많아 오르기가 힘들었지, 범죄도 없고 정이 넘쳤던 곳이 아현동"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은 서울에서 오래된 골목들을 가장 온전히 간직한 곳으로 꼽힌다. 동네 슈퍼 간판과 이발소 표시 등이 정겨운 언덕 풍경(위)과 문을 닫은 뒤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 대여점.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아현동 서민들의 생활사
이 동네, 아현동의 가치는 나라에서도 인정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도시민속 조사사업'이 서울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곳이 바로 아현동이다.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특정한 동네에 기록자들이 1년 이상 머물면서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과 역사를 꼼꼼히 기록하는 작업이다. 현재 대부분의 작업이 끝나 6월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보고서에는 아현동의 모든 것이 담기게 된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민속'이라는 이름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을 우리 세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한옥처마와 툇마루 등 옛날 구조가 고스란히 갖춰진 집에 사는 김복순씨의 가족사를 통해서는 가족·주민·주거생활을 들여다보게 된다. 김씨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남편(김종호)이 남긴 군 복무시절 사진과 군 시절 비망록, 또 KBS 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 출연 당시 녹음 테이프 등 소중한 생활사 자료들을 박물관측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현동 653~656 번지 이웃들의 모임인 '선린 친목회'를 통해 바라본 이웃간 교류, 625번지 골목의 여성 전용 '감골 경로당' 풍경으로 기록한 동네 할머니들의 여가 활용, '말끔이 봉사단'의 동네 청소 활동, 주민들의 명절맞이, 중앙여고 학생을 통해 들여다 본 의생활… 주민들의 땀 밴 일상생활 모습을 통해 아현동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깨알같이 기록했다. 민속박물관은 아현동에 이어 성북구 정릉동에서도 도시민속 조사를 진행중이다.
아현동 민속기록을 총괄한 국립민속박물관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정확하게 기록해 우리 현대사가 더 생생하고 올바로 쓰여지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