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21/물이되는꿈2012. 8. 11. 00:38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한 천막 농성에 돌입하며

우리에게 돌아갈 배는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곳,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예정지에 배수진을 칩니다. 지난 수개월간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을 막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쳤지만, 홈플러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상인들은 4차례나 시장 문을 닫고 철시 투쟁을 벌였고 마포주민 1만5천명이 입점 반대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마포구의회는 물론 서울시의회까지 입점 철회 결의안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막무가내로 입점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횡포와 만행을 그냥 지켜볼 수 없습니다. 파부침선(破釜沈船), 돌아갈 배를 가라앉히고 솥과 시루를 깨트려 죽을 각오로 홈플러스와 싸우겠습니다.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은 타락한 거대 유통자본의 탐욕이 빚은 꼼수에 불과합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합니다.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입점을 막고 전통시장과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이러한 법의 취지를 깡그리 무시하고 절차상의 허점을 노려 입점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를 교란하는 홈플러스는 이미 이 땅에서 기업할 자격이 없습니다.

 

또한,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은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말살하고 전통시장을 파괴하며 지역의 유통산업을 초토화합니다.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예정지에서 불과 600미터 떨어진 곳에는 한국의 전통시장인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이 있습니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 시장에서 상인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구슬땀을 흘립니다. 이들의 노력이야말로 마포구의 지역 유통산업의 전통과 역사를 일구는 소중한 밑거름입니다. 그런데 만약 합정동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이들 전통 시장은 초토화가 될 것입니다. 상인들의 생계가 무너지고 지역의 유통산업 또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민주화를 넘어 경제 민주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과연 경제 민주화가 무엇입니까.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지하철역으로 4개 정거장, 거리상으로 불과 3.2킬로미터 안에 무려 3개의 매장을 입점하려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막지 못한다면 경제 민주화도 공염불에 불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마포주민 여러분! 우리가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해 지난 수개월간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의 거침없는 동참과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끝까지 지켜봐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해주십시오.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를 넘어, 지역의 유통산업을 올바르게 지켜내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경제 민주화를 이룰 척도가 될 이 싸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끝으로, 홈플러스에게 엄중히 경고합니다. 우리는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을 막기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던질 것입니다. 시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억척스런 힘으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를 짓밟고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비록 돈 없고 힘없는 상인들이지만, 우리에겐 정의와 진실의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홈플러스 입점을 막아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홈플러스 입점을 철회할 것을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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