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파생상품 시장 거래대금이 3경원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100배, 전 세계적으로도 16%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1위이다. 우리나라 증시 시가 총액이 세계 2%, 17위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게 얼마나 기형적인지 잘 알 수 있다.
원래 파생상품은 미래에 일어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파생상품은 수십, 수백 배의 차익을 남기는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주택담보부증권, 자산담보부증권 등의 파생상품이 주요 원인이었다. 파생상품이 '대량살상무기'라는 워런 버핏의 비판은 결코 헛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1996년 주가지수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파생상품에 대한 비과세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위축된다는 핑계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시장 위축을 걱정할 게 아니라 금융시장 파산을 걱정해야 할 때이다.
첫째, 거래의 이동속도를 줄이기 위해 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장내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증권거래세를 0.01% 단일세율로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그런데 0.01% 세율은 너무 낮다. 토빈세 도입을 위한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최소 0.1%는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파생상품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 순차익에 대해 중과세하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세율은 독일의 경우처럼 보유 시기에 따라 최대 50% 이상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장외 파생상품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장외 파생상품이란 정형화된 파생상품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이다. 당연히 투명성과 공정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미국도 2000년 장외 파생상품 거래 규제를 완화해 외환위기 사태를 맞은 바 있다.
금융시장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투기불로소득에 대해 중과세하는 것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우리가 얻은 값진 교훈이다. 또한, 지금의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 1위라는 위험천만한 현실을 하루빨리 바꾸지 않는 한, 우리의 장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2011년 11월 16일
사회당 대변인 조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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