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 때까지 다 와서 이 달에 갈지 훗 달에 갈지 몰라. 갈 데 안 갈 데 다 다녔는데 변한 게 없어서, 우리 아들한테 가서 할 말이 없어서 큰일인기라."
이소선 어머님의 말씀이다.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이뤄 달라는 전태일 열사의 유언을 가슴에 묻고 모든 고통 받는 노동자의 어머니로 한없는 사랑과 희생을 감내하신 이소선 어머님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유언이 못내 가슴에 걸리셨나 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외침과 함께 불꽃이 된 전태일 열사는 살인적인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이 땅에서 노동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겼다. 그리하여 노동운동은 들불처럼 퍼져 나갔고 마침내 민주노총 탄생에 이르렀다. 전태일 열사는 이 땅의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이끈 깃발이었다.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묻은 이소선 어머님은 다시 살아난 전태일이셨다. 4번이나 옥고를 겪으시는 등 갖은 탄압 속에서도 억압받고 차별받는 노동자의 손을 끝내 놓지 않으셨다. 청계피복노조에서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설립 그리고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까지 노동자의 투쟁이 있는 곳에 어머님은 늘 전태일의 모습으로 그곳을 지키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변한 게 없다는 이소선 어머님의 말씀은 옳다. 하지만 아들한테 가서 할 말이 없다는 말씀은 틀리셨다. 보시라. 이렇게 많은 아들, 딸들이 어머님을 따르고 있지 않나. 이제는 우리가 살아 있는 전태일, 살아 있는 이소선이 되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해 싸울 것이다. 그러니 부디 편안하게 눈 감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전태일 열사를 만나시길 바란다.
내일이면 이소선 어머님의 영결식이다. 다시 한 번 이소선 어머님을 가슴 깊이 추모하며 유가족과 우리 모두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2011년 9월 6일
사회당 대변인 조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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