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는 사람 아무나 선정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아홉 명의 사람들이 모여 8박 10일 동안 다음과 같은 장소를 방문했습니다.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사원, 에펠 탑, 세느 강, 폼페이 유적, 성모 마리아 성당, 시뇨리아 광장,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성당, 콜로세움, 대전차경기장, 융프라우, 스핑크스 전망대, 얼음 궁전, 하이델베르그 대학, 뢰머 광장.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요?
관광 갔겠지, 하는 것이 상식적인 반응이겠다. 그리고 가끔 독창적인 답변도 있겠지만, 적어도 “구의원들이 공무를 수행한 것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포구에서는 다르다. 올해도 5대 마포구의회의 의원 여섯 분(정해원, 박영길, 신봉현, 김영신, 홍은희, 고창훈)과 직원 세 분께서 의회 예산으로 2009년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그 이름도 장엄한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오셨다. 8박 10일간의 행적이 저래도, 공무다.
이들은 “서유럽 국가의 폐기물정책, 도시디자인, 신재생에너지, 우수교육사례, 대중교통관리 등에 대하여 사례들을 시찰함으로써 마포구의 정책개발에 접목할 수 있는 의정활동 전문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한다. 융프라우는 유럽에서 가장 해발 고도가 높은 기차 역으로 유명한 준령이다. 절대 녹지 않는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를 시찰해서 마포구의 의정에 전문성을 기할 수 있다니 그 성과가 자못 궁금하다. 이번 겨울부터 만리재나 애오개나 성미산에서 만년설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인가? 헐리우드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촬영지인 하이델베르그 대학에 대해서는 “서강대와 홍익대, 그리고 연세대와 이화여대와 인접한 우리 구와 비교”해보기 위해서 방문하셨단다. 훈훈하다.
해마다 구의회는 한 차례씩 잊지 않고 마포구의 관광 산업 진흥에 지극한 열성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효과적인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 사례를 시찰하셔야겠다고 한다. 의회가 이번 여행을 위해 지출한 돈이 48,895,850원이다. 물론 4900만원에 육박하는 마포구민의 세금은 역시 이렇게 쓰여야 할 것이다. 그 돈이면 100명 이상의 마포구 저소득층 학생에게 1년 내내 무상급식을 먹게 해줄 수 있지만 그깟 게 대수인가. 의원님들께서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함양키 위해 세계를 유람하셔야겠다는데.
5대 마포구의회가 2006년에서 2009년까지 번갈아 놀러 다니는 데에 쓴 돈을 모두 합치면 161,345,000원가량이다. 그렇다. 1억 6천만원이 넘는 돈으로 5대 마포구의회가 할 수 있는 가장 뜻깊은 일은 의원님들 항공권 사고 호텔 잡고 세느 강 유람선 태워드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2009년 10월 10일
사회당 서울시당 마포구위원회
<사진설명 : 10월 6일부터 매일 한 시간씩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영권 마포구위원장. 일인시위는 1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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