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땅의 넓이는 65만km2로 한반도의 세 배나 된다. 동쪽과 남쪽으로는 파키스탄, 서쪽으로는 이란, 북쪽으로는 투르크메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 국경선을 접하고 있으며 그 길이는 총 5,500km에 달한다.
제 3세계의 다른 많은 나라들의 경우처럼, 아프가니스탄 역시 지금의 국경선은 문화적이거나 종족적인 경계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다. 19세기 내내 이 지역에서 각축을 벌였던 영국과 러시아, 이 두 제국과 그 사이에 놓인 아프가니스탄간의 국제적 역학구조가 지금의 국경선을 만들었다. 이러한 역학구조 하에서 아프가니스탄은 필연적으로 외세의 자본과 무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역사를 갖게 된다.
19세기 말, 당시 인도를 지배한 영국은 ‘듀런드 라인’이라는 분계선으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지금의 파키스탄과의 국경)을 획정했다. 또 따뜻한 곳을 찾아 끊임없이 남진했던 러시아의 발길은 영국의 견제로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의 북쪽 경계를 이루는 아무 다리야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영국이 러시아와 바로 국경을 맞대는 것을 원치 않아서, 동쪽 끝에 있는 소위 ‘와한 회랑(Wakhan Corridor)'은 영국령 인도와 러시아간의 완충지대로 아프가니스탄의 영토가 되었다. 이 때문에 앞가니스탄은 동쪽 끝이 길쭉하게 나와 마치 나뭇잎 같은 모양이 되었다. 이 와한 회랑의 좁은 끝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중국과도 만난다.
이렇듯 주변 강국들의 완충국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정치 체제는 국가와 사회를 이루는 여러 관계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을 구성하고 있는 민족 관계와 종교관계가 그러했다. 주요 부족들과 민족들은 각기 다른 외세와 결탁해 아프가니스탄의 갈등과 내전을 일으켰다.
아프가니스탄에는 2003년을 기준으로 추산해 약 2,8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인구의 절반은 파슈튼족(48%)이고, 그밖에 타지크족(25%), 하자라족(10%), 우즈베크족(8%) 등의 종족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주로 동쪽과 남쪽에 분포하는 파슈툰족이 지난 200여 년간 이 나라를 주도해 왔다. 그중에서도 칸다하르 출신의 두라니계가 중심세력이다. 탈레반도 두라니계 파슈툰족이 주류이다.
종교적으로는 이슬람 수니파가 80%로 다수이고, 시아파가 20%를 이루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가 주류인 탈레반은 시아파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지라족를 혹독하게 탄압하고 대규모 살육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역시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은 탈레반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이렇듯 각기 다른 민족과 종교간의 헤게모니 다툼과 갈등은 아프가니스탄 근현대사에서 늘 잠재해 왔으며 지금까지 내연하고 있는 문제이다.
'2010.6.21 > 물이되는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고] 김태현 교수의 ‘미국 책임론의 위험성’에 대한 반론 (0) | 2007.08.10 |
---|---|
아프가니스탄 비극의 기원과 역사3. 소련의 침공과 지하드, 그리고 아프간 내전 (1) | 2007.08.09 |
아프가니스탄 비극의 기원과 역사2. 근대국가의 수립과 공산정권의 등장 (0) | 2007.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