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과 불안정노동 없는 새로운 대학을 위한 토크콘서트 열려
등록금과 불안정노동 없는 새로운대학 프로젝트 '우리도 즐겁고 싶다!' 첫 번째 토크콘서트가 9월 20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토크콘서트에는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 씨와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금민 씨가 출연했다.
사회당 등의 주최로 열린 등록금과 불안정노동 없는 새로운대학 프로젝트 '우리도 즐겁고 싶다!' 토크콘서트는 9월 20일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시작으로 9월 22일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 캠퍼스, 9월 27일 서강대학교 10월 4일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 캠퍼스 등 4차례에 걸쳐 열리며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김규항 <고래가그랬어> 편집인, 금민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안효상 사회당 대표, 우희종 민교협 전 상임의장, 홍세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인 등이 출연한다.
사람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경제적 조건은 크지 않아
김규항 씨는 “지금 대학생은 사람을 상품으로 키우는 교육이 뼛속까지 가치기준으로 녹아 있고 이것이 안쓰럽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보수적인 부모는 당당한 얼굴로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진보적인 부모는 불편한 얼굴로 경쟁으로 몰아넣을 뿐이다”라며 “원래 탐욕스런 사람들이나 가지고 있었던 삶의 태도가 우리도 모르게 전부 세뇌되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불안과 강박을 느끼게 된다”라고 진단했다.
또 “우리가 사람으로 인간성을 유지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경제적, 물질적인 조건은 생각보다 상당히 작다”라며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태는 굉장히 다채롭고 우리가 그런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이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금민 씨는 “문제는 정치적 시민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의 습득 과정은 없어지고 단순히 노동사회로 편입하게 되는 과정만 남았다는 것이다”라며 “노동사회 진입 측면에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제대로 사회인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토익점수와 같이 편향적인 스펙만 강요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대학서열제도가 없어져야 사교육도 없어지고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잇는 능력을 갖춘 주체도 성장할 수 있다. 그럴 때 사회가 바뀌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가가 사립대학 교수와 교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대학 경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금민 씨는 “이명박 정부가 부자감세한 16조 원, 4대강에 투입된 9조 원이면 현재 수준에서도 등록금 폐지는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돈을 사학재단에 갖다 바칠 수 없기 때문에 대학개혁 문제와 연동해 등록금 문제를 봐야 한다”라며 “국가가 사립대학 교수와 교직원에게 월급을 줘 준공무원화 하고 사학법을 바꿔 국가가 대학 경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규항 씨는 “사학재단이 등록금으로 자기 배를 불리는 약탈상황에 대한 분명한 반대와 저항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대통령이 반값 얘기했으니 지켜라 이렇게 가면 힘들다”라며 “대학 안 가면 사람대접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불안과 아무런 비전도 없는 교육정책 그리고 대학장사꾼들, 이 삼자가 결합해서 말도 안 되는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무조건 등록금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출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규항 씨와 금민 씨가 나눈 토크콘서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질문: 오늘날 대학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금민: 이 사회에서 대학의 기능이 사회로 진입하는 과도기적 과정이라는 것은 맞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적 시민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의 습득 과정은 없어지고 단순히 노동사회로 편입하게 되는 과정만 남았다는 것이다. 노동사회 진입 측면에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제대로 사회인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토익점수와 같이 편향적인 스펙만 강요한다.
김규항: 어찌 보면 저희가 고등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그 때는 군사정권하에서 반공주의에 세뇌된 상태로 대학엘 갔고 지금은 자본독재 교육이랄까, 사람을 상품으로 키우는 교육 시스템하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가치 기준이 그렇게 재편되어 있다. 문제는 반공교육을 받은 우리는 대학 가서 하루아침에 깨질 수 있었는데 지금 대학생은 그럴 수 없다. 뼛속까지 그런 게 가치기준으로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학생을 보면 안쓰러운 점이다.
질문: SNS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거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금민: 제 트친 중 한 명이 이런 걸 물어와 상담한 적 있다. 가지 않을 때 생기는 불이익에 대해 알고 있고 그럼에도 당신이 꼭 원하면 안 가도 좋다는 게 제 답이었다.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 Do what you want, Do what you love!
김규항: 사실 대학을 나와도 어렵다. 과거에는 고등학생의 대학교 진학 비율이 16~17%에 불과했다. 지금은 90% 이상이다. 굉장히 기형적인 비율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18살, 15살인데, 둘 다 대학엘 안 가는 분위기다. 대신 조금 일찍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신경 쓰고 공부도 한다. 대학을 가면 기득권이 있다는 조건도 얼마나 현실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질문: 학벌주의, 뭐가 문제인가. 그리고 어떻게 없앨 수 있나
김규항: 학벌주의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싸움이 있어야 하는데 모두가 다 학벌주의에 젖어 있어 난감할 수밖에 없다. 다 삼성 욕하지만, 조카나 동생이 삼성 들어가면 은근히 자랑하는 게 현실이다. 학벌을 깨려는 주체들이 일상에서 학벌이 높고 낮음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관성을 배격하지 않는다.
학벌없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학벌이라는 것에 대한 주체적인 관점과 생각이 필요하다. 내가 왜 대학에 다니는가. 내가 왜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주체적인 고민 없이 우리는 모두 우르르 몰려서 대학엘 왔다.
물론 학벌은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부분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은행가면 지점장 빼고 다 고졸인데 우리는 다 대졸이다. 은행 창구 직원이 꼭 대학을 나올 필요 있겠나. 지나친 학력인플레다.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하고 그래야 이게 흔들리고 깨질 수 있다.
금민: 결과의 문제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바뀌기 위해서라도 학벌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물론 학벌주의가 없어진다고 비정규직이 없어지고 신자유주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 곧 주체의 상태, 정서적인 능력, 협동과 연대의 능력이 달라질 것이다. 주체가 바뀔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6년의 어마어마한 사교육, 대학에서의 스펙과 취업 경쟁, 이런 게 다 학벌의 문제이다. 주체가 왜곡되어 꼬이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한 채 사회의 기능적 부품으로 전락하는 체제는 초등교육부터 일어난다. 마치 컨베이어벨트 위의 시계열과 같다.
대학서열제도가 없어져야 사교육도 없어지고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주체도 성장할 수 있다. 그럴 때 사회가 바뀌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김규항: 물론 순서는 있다. 부모가 대학엘 못 가 먹고 살기 어려웠다는 한이 있는 사람들, 이명박 정부 지지하는 보수적인 부모들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의식개혁이든 삶의 족쇄를 벗어버리는 것이든 먼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 진보적 지식인들, 소위 386세대들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수적인 부모는 당당한 얼굴로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진보적인 부모는 불편한 얼굴로 경쟁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두 번째, 세 번째고 이 아이가 얼마짜리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만이 양보할 수 없는 첫 번째이다. 대학 입시가 교육의 전부가 되었다. 이를 위해 19년 동안 부모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정상적인 생활을 못한다.
이런 경쟁에서 이겼다고 해서 얻어지는 이득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적으로 더 자유롭고 내면이 충만해지고, 이런 것 아니다. 그저 한 달 수입, 아파트 평수, 자동차 크기 등이다. 물론 우리 인생에서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지배적이라는 겁을 지레 먹는다. 그렇게 연연하지 않아도 안 죽는다. 원래 탐욕스런 사람들이나 가지고 있었던 삶의 태도가 우리도 모르게 전부 세뇌되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불안과 강박을 느끼게 된다. 그럴 필요 없다.
우리가 사람으로 인간성을 유지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경제적, 물질적인 조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작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태는 굉장히 다채롭고 우리가 그런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 인간이 돼야 한다.
질문: 등록금 문제는 어떤가
금민: 일단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등록금이 높다. 하지만 장학금까지 따지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실상’ 일등이다. 등록금 폐지에 대해 학생사회의 분노도 높고 국민적 공감대도 있다.
재원마련과 해결방안이 핵심인데, 제가 알기로 등록금 총액이 15조 원 정도 된다. 그중에서 장학금 3조원이니까 12조 원 정도 필요한 셈이다. 사실 이는 재원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감세한 게 16조 원이다. 4대강에 투입된 비용이 9조 원이다. 사회당이 주장하듯이 투기 불로소득 중과세 없어도 충분히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현재 수준에서도 등록금 폐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국가가 12조 원 장만해서 주면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장학금이지 등록금 폐지가 아니다. 사학재단 때문이다. 한국은 80% 정도가 사립대학인데, 이들 사학재단의 공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돈을 사학재단에 갖다 바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개혁 문제와 연동해 등록금 문제를 봐야 한다. 이를테면 사립대학 교수와 교직원 임금이 5조 8천억 원 정도인데, 국가가 사립대학 교수와 교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거다. 준공무원 상태로 전환하는 거다. 대신 국가가 사학법을 바꿔 대학운영과 경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학이라 하더라도 교육 공공성 문제, 등록금 문제, 비정규직 강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김규항: 보니까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2~3배 높다. 모호한 적립금은 수조 원씩 쌓아둔다. 사학재단이 등록금으로 자기 배를 불리는 약탈상황이다.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나 저항이 필요하다.
역설적이지만 대학을 어떻게든 다니지 않으면 죽는다는 강박과 불안에서 떨칠 필요가 있다.
아까 고등학생들의 대학거부운동 말이 나왔는데, 이런 운동이야말로 대학등록금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정상화하는 사회적 힘이 될 수 있다. 전부 그 속에서 연연하고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때는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여러분도 잘 생각해보면 용기 있게 그만둘 수도 있다. 인생을 구성하는 문제 아닌가.
질문: 반값등록금 요구가 높다
김규항: 제가 알기엔 프랑스에는 대학 앞에 번호만 붙어 있다. 그게 저절로 된 게 아니고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전부 거리로 뛰어나와 된 것이다. 당시 우파였던 프랑스 지배체제가 그런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이 돼야 한다.
금민: 당연히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반값등록금이란 구호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말 그대로 절반인 구호일 수밖에 없다. 유럽은 학생 시위나 폭동도 많은데, 등록금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나 독일이나 학생들 시위는 전부 생활비 문제였다. 그 나라 장학금은 등록금을 주는 게 아니라 생활비를 주는 거다. 생활비 대여 금리나 대여액과 범위 등과 관련된 투쟁이었다. 등록금 투쟁도 한 학기에 80~100만 원을 학교에 오래 다니는 학생들에게 징벌형으로 부과하겠다는 발상과의 싸움이었지 한 학기에 수백~천만 원씩 내야 하는 제도에 대한 싸움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도 반값등록금을 주장할 게 아니라 등록금 폐지를 요구했어야 했다. 그래야 청년 의제, 즉 청년실업 불안전노동 기본소득 문제로 의제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고 본다.
김규항: 이 정도 경제적 외형이 있는 나라라면 등록금은 내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이명박이 반값 얘기했으니 지켜라 이렇게 가면 힘들다.
대학에 안 가면 사람대접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불안과 아무런 비전도 없는 교육정책 그리고 대학장사꾼들, 이 삼자가 결합해서 말도 안 되는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반값 얘기했으니 지키라고 하는 것은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운 소박한 행동으로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등록금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출발해야 한다.
질문: 마지막으로 20대를 위한 응원 한 마디
금민: 저항하기 위해 주체로서 거듭나야 한다. 입시경쟁에 내모는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의 한 주체로서의 성장이 몹시 늦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20대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우리가 20대였을 때와 비교해 볼 때 개별성과 취향의 발전이 눈에 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20대는 보수주의를 싫어한다. 논리로 따지기 전에 그냥 구리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오늘날 20대는 저항적 주체로 거듭날 감성적 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다.
김규항: 즐길 줄 아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훌륭한 취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낡고 구린 것에 저항하는 현재 20대들의 취향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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