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사회당 서울시당 당원들과 함께 경복궁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처음 가본 경복궁. 서울시내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참 예뻤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고, 또 오후에는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가야 해서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다음에 꼭 시간 내서 한 번 더 가봐야겠다.
경복궁에서 제일 예뻤던 곳은 자경전과 교태전이었다. 그곳의 주인이 여성이라 그런가보다.
자경전(慈慶殿)은 1867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고종의 양어머니인 조대비를 위해 지은 것인데, 1973년 불이 나 타버린 것을 고종이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른다. 경복궁 안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로 서쪽의 아름다운 꽃담은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무늬로 장식했고 북쪽 안 담장에는 정교하게 장식된 십장생 굴뚝(보물 810호)이 있다.
아니 왜 흥선대원군과 고종은 이렇게도 예쁜 곳을 친어머니도 아닌 양어머니를 위해 지었을까? 고종의 양어머니는 1863년 철종이 승하하자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이하응(李昰應)의 둘째아들(고종)을 즉위하게 하여 대왕대비로서 수렴청정하였고, 흥선대원군에게 정책결정권을 주어 대원군의 집정을 이루게 하였다. 흥선대원군과 그렇고 그런 관계였던 것이다. 더구나 고종의 부인인 명성황후와 사사건건 대립하니 자신의 연줄인 고종의 양어머니를 극진히 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교태전(交泰殿)은 중전 마마인 왕비의 침전, 중궁전이다. 앞에는 왕의 침전인 강녕전이 있고 뒤에는 수석과 석물들로 아름답게 꾸민 계단식 화단인 아미산 후원을 두었다. 그리고 세상에나, 저렇게 예쁘게 꽃무늬가 세겨진 현판은 처음 본다. 교태전이라 해서 그 이름이 교태(嬌態, 아양을 부리는 태도)는 아닐까 했었는데, 그건 아니다. 그래도 이름이 참 재미있다.
지금 보기엔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곳도 당시 백성들의 피눈물이 맺힌 곳임은 분명하다. 흥선대원군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이곳을 중건했고 그를 위해 필요한 엄청난 양의 재원과 노동력을 백성들에게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납전과 당백전을 발행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맞이하게 된다.
저 뒤쪽에 있는 MB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는데, 강만수 경제팀을 경질하라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고작 각종 연기금 등을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에 들이붓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 금리는 점점 떨어지고 각종 물가지표는 올라가고 있다. MB는 자신의 권력이 천년, 만년 갈 것으로 착각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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