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시작된 지방의회 ‘돈 선거’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비리의원을 상대로 ‘주민소환’이 제기되고 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의회에게 주민이라는 최후의 심판관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지난 시기 우리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퇴행시켜온 지방의회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의 고삐를 죄야 한다.
한국의 지방의회는 1991년 부활했다. 그러나 이는 지역 주민의 정치적 역량강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중앙정치의 지역 기반 강화와 공직 배분 기회 증대의 논리로 성사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자연스레 지역에서 기득권을 지키고자하는 토호세력의 이해와 결합되었고 오늘날의 부패한 금권정치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
지방의회의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정책결정사항이나 행정사항들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시민들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형식화되어 있는 시민의견수렴절차(입법예고나 공청회 등)를 실질화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소환’ 등 각종 주민참여제도의 주민참여 족쇄를 벗겨야 한다. 현재 지방의원 ‘주민소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유권자의 2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이상 찬성해야 가능하다. 이렇게 요건이 까다롭고 제약조건이 많다보니 실제 이런 제도가 활용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주민의 정치적 역량 강화와 함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회 스스로의 통제권도 강화되어야 한다. 국회의 경우 전체 166조로 구성된 ‘국회법’을 통해 그 운영 원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의회는 ‘자방자치법’ 중 5장(지방의회)의 63조만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고 지방의회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첫째,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교황식 의장 선출 과정을 바꿔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 48조에는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선출방식은 물밑선거운동을 야기 시켜 의원 개개인간의 담합과 뒷거래를 부추기게 된다. 후보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후보자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지방의원 겸직을 금지해 영리활동을 막아 각종 이권에 개입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 35조 2항에는 “해당 지자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영리활동의 대상만을 국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은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 및 조사권, 각종 조례의 제정 및 개정, 해당 상임위 활동 등으로 지역 기업의 매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참여자치연대가 지난 2006년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광역의원 53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6%가 의원직 외에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는 건설·환경·부동산에 종사하는 의원이 가장 많다. 당연히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의 영리활동으로인한 이해관계의 충돌과 의정활동에서의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겸직을 통한 영리행위가 포괄적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겸직 등의 신고를 의무사항으로 둬야 할 것이다.
셋째, 형식적인 ‘윤리특별위원회’를 실질화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6년 11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를 제정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돈 선거’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윤리특별위원회’는 무능 혹은 불능의 상태였다.
현행 지방자치법 57조에는 “의원의 윤리심사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위하여 윤리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이에 따른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반면 국회법의 경우 제12장(사직·퇴직·궐원과 자격심사)과 제14장(윤리심사와 징계) 두 장에 걸쳐 윤리위원회의 활동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원 자격심사나 징계의 요구도 국회법에 비해 까다롭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의원 자격심사는 재적의원 1/4 이상의 연서로 청구되며 징계의 요구는 오직 의장만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법의 경우 자격심사는 30인 이상의 연서로 가능하며 징계의 요구는 의장을 포함해 윤리특별위원장 또는 20인 이상의 의원 등으로 가능하다.
이렇듯 현재 지방의회는 지금까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민주적인 절차와 주민참여를 철저하게 배제한 채 온갖 비리와 부패의 산실로 변질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2010년까지 방치해 둘 수 없다. 서울시의회 ‘돈 선거’로 밝혀진 지방의회의 실태와 이에 대한 온 국민의 분노를 본격적인 ‘혁신의회’운동으로 발전시키자. 2010년 우리가 만들 지방의회는 반드시 ‘혁신의회’여야 한다.
<사진설명 :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출처:뉴시스)>'2010.6.21 > 물이되는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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