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21/물이되는꿈2008. 6.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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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단 한 발 물러났다.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하니 언뜻 들어선 대통령이 재협상 쪽으로 맘을 먹은 듯하다. 한나라당도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받아들였다.

근데 좀 구리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해주도록 미국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업계가 스스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이른바 ‘수출자율규제’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학원자율화’부터 그렇게 자율, 자율 외치더니 이제는 무역까지 자율로 하잔다.

도대체 재협상은 안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정부는 한국 정부의 국제적 신뢰 훼손, 한미 FTA에 부정적 영향 등의 이유를 들어 ‘재협상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우리는 불과 한 해 전에 한-미간에 벌어진 또 다른 재협상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요청으로 정부는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서 재협상을 벌였다. 쇠고기 재협상이 국제적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면 정부는 작년 한미 FTA 재협상도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했다.

한미FTA도 그렇다. 어차피 이는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 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한미 FTA 체결에 줄곧 반대해 온 오바마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됐다. 그런데도 한미FTA를 신주 모시듯 국민 건강까지 팔아먹으며 사수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재협상은 외교관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만이 정답이다. 정부가 혹 시간을 벌며 힘 빼기 작전에 들어선 것이라면 정부는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지금 촛불은 여느 촛불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강해지는 마력의 촛불이다. 시간은 분명 촛불편이다.

<사진 : 육류 수출업체들의 자율 결의도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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