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21/물이되는꿈2008. 10. 15. 11:09

- 하승우(풀뿌리자치연구소 운영위원)의 지역정치 강연 개최


지난 13일 하승우(풀뿌리자치연구소 운영위원)의 <지역사회 새로운 변화전략>이란 강연이 사회당에서 열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바람직한 지역사회 구성을 위한 새로운 변화전략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수도권 중심 발전전략은 ‘내부식민지’ 현상 초래

하승우 위원은 지역사회를 분석하기 전에 우선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분된 지역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두 지역이 서로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역사회는 공간적 분할에 따른 불균형 발전전략에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 그래서 지역이란 말은 전혀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이미 차등화 된 전제를 갖고 있다. 지역이라고 다 같은 지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구나 주택 및 지역경제의 그 어떤 지표를 따져 봐도 전국 땅덩이의 10퍼센트에 불과한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수도권 중심 발전전략은 필연적으로 주변 지역의 극심한 불균등발전을 가져와 국가 내부 식민지를 만들게 된다. 한국의 비수도권은 수도권을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농산품과 상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기 삶의 중요한 결정은 언제나 수도권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구상권(構想權)이 빠진 분권은 ‘앙꼬 없는 찐빵’

이러한 현실은 분권과 균형발전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시켰다. 하승우 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전략을 통해 중앙정부의 지역사회 발전 전략을 비판했다.

하승우 위원은 일단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전략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행정수도 이전’이나 ‘마을만들기’ 등과 같이 중앙정부와 수도권의 자원과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구상권(構想權)이다. 발전을 이끌고 지속시켜 나가는데 있어 실제 주체가 되어야 할 주민과 지역자원의 활용은 뒤로한 채, 오직 중앙정부의 계획과 외부자본을 지역에 뿌리려고만 한 것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의 토호세력들이 중앙에서 뿌린 계획과 자본을 모두 흡수해버린 것이다. 설령 과감한 분권정책이나 균형발전정책이 실시된다 하더라도 그런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방에 그런 정책을 감시하고 실천할 세력이 먼저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변화를 가로막는 강력한 기득권층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뿌리 깊은 후견주의(clientalism)의 강력한 연계망

하승우 위원은 이러한 지역의 기득권층으로 새마을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의 단체를 꼽았다. 그리고 이들 단체야말로 중앙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민간동원체계로 지방권력을 분점 해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들 단체는 전체 사회단체보조금의 60% 이상을 독식하며 수백억 원의 지원을 받아왔다. 현재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 액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그 삭감분은 민간경상보조금, 민간행사보조금 등의 형태로 보존되어 예산서 구석,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단체는 지역사회 내에서 따로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일종의 후견주의 구조를 이루며 강력한 연계망을 구성하고 있다. 지역사회 내의 기득권화된 관변단체나 이익집단, 지역 언론사 등은 지방자치단체장과 후견주의 구조를 이루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사회 내의 후견주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중앙 유력 정치인의 피후견인 역할을 자임한다.

이렇듯 중앙의 유력 정치인-지방자치단체장-지역유지로 이어지는 후견주의 구조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이며 각종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공생의 그물망을 짜고 있다.

하승우 위원은 최근 문제가 된 지방의회의 각종 비리사건도 이러한 후견주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청산하지 않고는 절대 지역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미 간 길을 따라 간다”, <사회복지인큐베이터>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하승우 위원은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간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삶에서 비롯된 구체적인 욕구를 중심으로 의제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주민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말이다.

하승우 의원은 청주의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의 <사회복지인큐베이터>를 예로 들었다. <사회복지인큐베이터>는 지역복지의 현안들에 대해 당사자인 주민들이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과 자원을 지원해주고 네트워크를 맺는 방식이다. 즉, 의제를 통해 형성된 주민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내 보내는 것이다.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를여는아이들’을 조직해 지역사회에 내 보내고, 장애아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부모회’를 만들어 또 내보내고, 이런 방식을 되풀이하며 지금 현재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에는 5개의 주민단체가 <사회복지인큐베이터>로 네트워킹 되어 활동하고 있다.

하승우 위원은 “결국 대안은 삶의 구체적인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자기 자신이 정치주체라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 의식변화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자기 삶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변화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정당공천? 결국 지구당 모델이 결정

마지막으로 하승우 위원은 정당의 지역 활동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정당의 지역 활동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껏 정당이 지역에서 주민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한 경험도 없었다. 진보적인 지역정치가 없었단 말이다.

때문에 정당조직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구당의 운영과 의사결정, 공직선출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승우 위원은 최근 문제가 된 정당공천제에 관해서도 그것이 폐지된다고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며 결국은 정당이 어떤 형태의 지구당 모델을 갖느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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