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은 마자르와 바미얀까지 함락시킴으로써 북쪽의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한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탈레반 율법은 더욱 강화되었다. 물건을 훔친 자들의 손발을 자르거나 간음한 자들을 돌로 쳐 죽이는 공개 처형은 카불과 칸다하르에서 주례행사가 되었다. 모든 남자는 길게 수염을 길러야 했고 여성의 바깥출입은 봉쇄되었다.
이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각종 결의문을 통해 탈레반을 비난하고 나섰다. 1996년 10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국제인권법의 규약을 엄격히 고수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의회도 탈레반 정부에 반대할 것을 모든 국가에게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런데 탈레반은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서양의 비난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이라기보다 서양의 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한 공격으로 이해했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국민들에게 부과한 특정 신조와 전체주의 체제 강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탈레반은 정당한 도덕 규범을 강제함으로써 사회를 개선하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탈레반은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사회의 조약들이 절대적으로 서양의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와중에 케냐와 탄자니아 미국대사관이 폭파되어 224명이 죽고 4,500여 명이 부상당하는 테러가 발생했다.(1998년 8월) 미국은 어떠한 결정적 증거도 없이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가 이 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아프가니스탄 낭가르하르주(州) 잘랄라바드 근방의 알 카에다 훈련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마침 이때는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스캔들이 백악관을 강타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탈레반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만약 미국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기만 한다면 오사마 빈 라덴을 이슬람의 중립국으로 인도하거나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사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999년 10월 탈레반이 가진 해외 은행 자산을 동결하고 아리아나아프간항공 전 노선을 봉쇄하는 등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또한 탈레반 반대 세력에 대한 무기 공급은 허가하면서 탈레반 정부에는 허가하지 않는 일방적인 무기 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아침, 민간항공기 3대가 납치범들의 조종에 따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성 건물에 충돌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대규모 테러 공격에 격분한 미국은 즉시 오사마 빈 라덴이 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하고 그가 은신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10월 7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가공할 첨단무기로 무장한 미국은 11월 13일 카불을 장악했으며, 12월 22일 하미드 카이자르를 수반으로 하는 임시정부를 출범시켰다.
<미국의 침략전쟁이 남긴 아프가니스탄의 모습>
- 7년 동안의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 2007년 상반기에만 1천 명 민간인 사망(유엔 발간 아프가니스탄 보고서)
- 2006년 한 해동안 미군이 주도한 군사작전으로 사망한 사람이 4,400여 명에 달하고 216만 여명의 난민 발생(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 유아 사망률이 1천 명당 152명으로 세계 1위
- 평균 수명 역시 42세로 세계 2위
아프가니스탄에 평화를!
피랍자들에게 무사귀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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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5월 라디오 방송 ‘샤리아에 대한 탈레반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세상에는 서양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인권의 진정한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가 수십 아니 수백 개가 있다. 사형, 구속, 인권 침해 등 많은 사건들이 이 국가들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국가들에 대한 진지한 반대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소위 인권을 지원하는 국가들이 이런 국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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