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국 곳곳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400만 가구에 전기가 끊기고 은행과 기업, 공장 등의 업무가 마비되는 등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관계 당국의 대응도 엉망이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고 전력수급 비상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다. 그만큼 국민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라며 뒤늦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가의 중요한 근간인 전력체계를 위기상황으로 몰아넣고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한 책임을 어찌 사과로 대신할 수 있겠나. 각종 의혹과 보은인사 논란으로 진작부터 장관 자격이 없었던 만큼 물러나는 게 맞다.
이번 사태가 일부 발전설비가 정비 중인 가운데 이상 고온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탓에 벌어졌다는 설명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더욱 근본적인 데 있다.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에너지정책이 공급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핵발전소 건설 등에만 혈안이 되었을 뿐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 절약 대안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전력소비 증가율 등의 기현상도 다 이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고 다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에너지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전력소비를 부추기는 양수발전과 심야전력 정책 역시 폐지돼야 한다. 아울러 핵발전소와 같이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공급체계를 소형 열병합발전 등의 저탄소·무탄소 발전원과 같은 분산적인 체계로 바꿔 위기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핵 재앙에 이어 사상 초유의 전력 중단 사태까지, 이제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 관계 당국은 이번 사태의 교훈을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11년 9월 16일
사회당 대변인 조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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