郁湖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지금껏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면 정치적 수사만 가득했었는데, 이번에는 이마저도 없는 ‘백지 담화’ 수준이다. 폭격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국민에겐 허탈함 그 자체였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대화와 협력이 지체될수록 평화는 위협받는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고 했는데, 협박에 이긴답시고 힘으로 맞서는 것이야말로 더 큰 비극을 부르는 ‘위장된 평화’이다. 최근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도 그렇고, 이번 연평도 도발도 그렇고 이는 대화와 협력의 결과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강경정책이 가져온 비극이 아닌가. 지금 우리가 대화에 나서야 하는 것은 협박에 못 이겨서가 아니라 그것만이 협박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말로만 ‘응분의 대가’ 운운하는 것은 지금 당장 가장 손쉬운 대처일지는 모르겠으나 근본적으로 보면 사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를 가져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0년 11월 29일
사회당 대변인 조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