郁湖

정부가 연평도 포격 같은 긴장상황이 발생했을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절차 없이 인터넷 글에 대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사회교란을 목적으로 한 명백한 허위 사실에 대해서만 삭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상황이 긴장상황인지, 또 어떤 내용이 사회교란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언제든지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방안은 사실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었던 유신 헌법의 긴급조치나 다름없다.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법원의 판결문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보란 듯이 정부가 이러한 방안을 내왔다는 게 절망스러울 따름이다.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역사에서 무엇을 배운단 말인가.

연평도 사격연습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 불안과 긴장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마당에 사회교란 운운하며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 글을 삭제하며 국민을 통제할 생각 말고,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부터 이행하라.

2010년 12월 22일
사회당 대변인 조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