郁湖

정부가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의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제의를 전격 수용했다. 이로써 지난 2007년 11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이 3년여 만에 열리게 됐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번 합의는 힘과 대결의 논리로는 절대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개최될 고위급 군사회담이 그간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울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과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등 국제적 이목이 지금 남북관계에 쏠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남북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존의 입장과 원칙을 고수하면서 상대방의 태도변화만 요구하면, 이번 회담 역시 샅바싸움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책임이 명백한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북한이 먼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또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조처를 하고 남한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에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우리 정부의 노력과 변화도 절실하다. 이번에 정부가 북한의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제의를 수용한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남북관계의 악화와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을 비롯해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장이니만큼 이번 기회를 잘 살려 남북관계에 따듯한 봄날이 찾아올 수 있도록 남북 모두가 노력해주길 바란다.

2011년 1월 21일
사회당 대변인 조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