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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6 마포구의회의 4,900만원짜리 누더기 표절 보고서
2010.6.21/마포뉴스2009. 10. 16. 16:44


시민 세금 4,900만원을 써서 박영길 의원 등 아홉 명이 유럽에 8박 10일 관광을 갔다 온 마포구의회. 알프스 산맥을 등정하면서 "마포구의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라고 변명하여 독창적 세계관을 보여주더니, 지난 10월 14일 마침내 이 유럽 유람의 결과 보고서를 냈다(〈2009년도 공무국외여행 보고서〉). 이들이 '시찰'한 유럽 4개국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얻은 모든 결실이 이 안에 담겨 있을 테니, 이 보고서 한 편을 4900만원짜리라고 부를 만하다.

내용의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이미 검색되는, 4900만원짜리 표절 보고서다.

프랑스의 교육 제도를 설명하는 장에서는 주 프랑스 한국교육원이 발표한 자료를 전재하고, 프라이부르크 방문 보고에서는 프라이부르크 시가 내놓은 홍보 자료를 붙여넣고, 외국의 정책을 소개할 때에는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이 발표한 '해외우수행정사례'를 그대로 베끼는 등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전문 전재로 보고서를 채웠다.

내실 있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남들이 만든 자료를 잔뜩 수집하는 것은 전혀 허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수집한 내용을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베끼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기이고, 절도이며, 저작자의 노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공격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조차 이런 보고서를 과제랍시고 가져가면 낙제를 당한다. 그런데 의원이라는 분들께서 그렇게 하셨다. 마포구의 청소년들이 못된 짓 배우지 않게 구의회를 격리라도 해야 하는가.

심지어 마포구의회는 통째로 베낀 내용에 출처조차 밝히지 않았다. 남의 자료를 가져다 쓰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스스로 만든 자료인 양 게시하는 것을 표절(plagiarism)이라고 부른다. 구의원은 구민의 대표자요 구정을 기초하는 정책연구자다. 표절은 연구자가 질 수 있는 최악의 불명예다. 마포구의회의 〈2009년도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는 너무 적나라한 나머지 표절의 예시로 사용되기도 어려울 듯한 표절이다. 맞춤법·띄어쓰기 오류나 오·탈자까지 그대로 옮긴 이 보고서는 표절이라기보다 그냥 복제다.

표절당한 자료 중에는 자유 저작물 원칙으로 유명한 한국어 위키백과의 글마저 버젓이 실려 있다. 소송 감이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오직 똑같은 자유 저작권으로 배포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개작을 허용한다. 심지어 이 보고서가 그누 FDL 같은 자유 저작권으로 배포된다 하더라도 인용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여전히 실정법(저작권법 제136조)에마저 어긋난다.

여행 일정에 포함된 곳 중에서 태반은 아예 보고되지도 않았다. 알프스의 영봉 융프라우를 등정하면서 세계적 관광지의 보존과 개발사례를 체험하시겠다더니 왜 보고서에는 그 얘기가 없나. 바티칸 시국에선 뭘 하셨는지, 콜로세움은 볼만하셨는지, 세느 강 유람선은 잘 타셨는지, 알 길이 없다. 보고가 없는 까닭이야 뻔하다. 그저 놀러 갔던 것이니 보고할 것이 있을 턱이 없다.

저작자가 피땀 흘려 만들었을 저작물을 날름 훔쳐다 쓰는 자들, 성과라고는 깁고 기운 누더기 같은 표절 보고서가 전부인 사업에 구민의 세금을 4900만원이나 훔쳐다 쓰는 자들, 이런 자들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날강도들이다.

프랑스 라 데팡스를 방문했다더니 인터넷에서 통째로 베낀 자료를 다섯 페이지에 걸쳐 늘어놓고, 직접 쓴 내용이라고는 고작 "와, 우리도 이런 랜드마크를 만들어야겠다."뿐인 이것이 4900만원짜리인가? 4900만원짜리 네이버 지식검색인가?

자전거 사업을 시찰했다더니 자전거 사업에 관한 내용은 인터넷에서 통째로 베낀 것밖에 없고 직접 쓴 내용이라고는 가서 찍은 사진 늘어놓고 한 줄씩 설명 붙인 것뿐인 이것이 4900만원짜리인가? 4900만원짜리 싸이월드 미니홈피인가?

관광청을 방문하여 전반 안내를 받고 자료를 수집했다더니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에서 펴낸 보고서를 그대로 붙여넣기 해놓은 이것이 4900만원짜리인가? 4900만원짜리 초등학생 방학 숙제인가?

세상이 참 좋아졌다. 집에서 '국외여행' 보고서를 쓸 수 있으니. 피곤하게 유럽은 도대체 왜 갔나?

시민 세금으로 놀러 갔다 와서는 학부생만도 못한 보고서를 변명이랍시고 내놓고 표절까지 저지른 구의원들은 마포구의회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해당 구의원들은 탕진한 세금 48,895,850원을 당장 반납하라.

<사진설명 : 조영권 마포구위원장이 마포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을 규탄하는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9년 10월 16일
사회당 서울시당 마포구위원회

Posted by altern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