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자전거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동욱이 어린이집 데려다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를 몰아야 하지만 공덕동에 있는 사회당 사무실과 염리동에 있는 공룡발톱을 오가기 위해서는 자전거가 꼭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눈팅’만 1년 걸렸습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습니다. 제가 선거에 나가게 된 것입니다. 아내는 큰 맘 먹고 저에게 자전거를 허락했습니다. 저는 스트라이다를 택했습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강렬합니다. 3개의 알루미늄 파이프와 2개의 바퀴. 이것이 바로 자전거였습니다. 단순함의 힘이란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이 친구가 선거 운동의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 직감했고, 그 직감은 적중했습니다. 제가 어깨띠를 메고 이 친구와 함께 등장하면 주민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저에게 쏠립니다. 그 다음 제가 하는 선거운동이라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일 뿐입니다.
스트라이다는 기름이 묻은 금속 체인이 아닌, 케블라(Kevlar) 벨트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약해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방탄복 소재로 사용되는 케블라는 외부 손상이 없는 한 금속 체인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트라이다는 정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자전거입니다. 주행 중 바지가 기름으로 더럽혀질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스트라이다에는 변속 기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조금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출마한 염리동이나 대흥동에는 고지대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오히려 스트라이다가 언덕길에 더 강하다고 하더군요. 스트라이다의 기어 비율이 어느 정도의 경사도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 차체가 짧고 가볍다는 점, 바퀴가 작다는 점 등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처음 타보는 거라 이게 언덕길이라 힘든 건지, 아니면 제 하체가 부실해서 그런 건지. 그냥 힘들면 내려서 걷습니다.^^
제가 이번에 스트라이다를 타며 선거운동을 하면서 마음먹은 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 마을의 명물이 되자. 멀끔하게 생긴 청년 하나가 어깨띠 메고 요상하게 생긴 자전거 타고 여기 전기 다니면서 여기 저기 인사하고 다니더라. 뭐 이런 말들이 떠돌아다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인사를 하면 자기에게 인사를 한줄 모르고 뒤에 누가 있나 싶어 뒤를 돌아보시는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닙니다. 그럴 때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지만, 그래도 주뼛주뼛하면 더 곤란해집니다. 제가 당당하면 당당할수록 제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은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저를 알아보시고 인사를 받아주시는 그 날까지 스트라이다의 질주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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